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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칼럼] 세금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국세(國稅)칼럼] 세금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 정창영 기자
  • 승인 2018.03.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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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창영 주필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기는 하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세금’이 너무 쉽게, 허무하게 투입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렵게 거둔 세금을 앞 뒤 가리지 않고 사용하는 과정을 보면 허망한 생각마저 지울 수 없다.

청년 일자리도 중요하고 저출산 대책도 절실하고, 고령화 대응도 현안이지만 우선적으로 세금을 투입해 해결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결과만 낳고 있다. 화급한 국정 현안이기에 세금을 투입해서라도 정책효과가 달성된다면 의미가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나타난 결과는 영 아니다. 약발이 지속되지 않고 복용 당시에도 약효가 미지근하다는 지적이 대두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세금투입 정책에 대해 ‘헛돈’ ‘세금 뿌리기’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중소기업 취업자 1인당 연평균 1035만원씩 4년간 한시 지원한다는 내용의 일자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4조원 안팎의 일자리 추경도 편성키로 했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연간 900만원의 현금을 지급하고 목돈 마련 저축에 3년간 1800만원의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교통 불편 지역 취업자에겐 월 10만원 교통비도 준다. 5년간 소득세를 면제하고 전월세 보증금을 저금리로 빌려주기로 했다. 실패하면 안 갚아도 되는 창업자금 1000만원을 1만명에게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종합선물세트다. 물론 제조원의 원천은 ‘세금’이다.

이렇게 세금을 투입해 중소기업 일자리 18만~22만 개를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총소요 예산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적게 잡아도 10조원 규모를 넘을 전망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이런 정책을 두고 부정적 시각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자리 창출의 본질과 기본적인 동력을 외면한 채 세금으로, 급한 마음에 외양에만 매달리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 공무원을 대폭 늘이겠다는 정책도 효과가 감감하고 지난해 11조원이라는 대규모 세금을 투입했지만 정작 청년 일자리에는 효과가 미미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세금으로 지원해 주는 정책에 국세청을 비롯해 정부기관이 앞장서 나섰지만 대상 사업자들의 신청률이 50%를 밑돌고 있다.

이쯤 되면 세금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정책에 앞서 치밀한 분석과 연구가 우선 필요한데 정부는 여전히 세금투입이라는 ‘쉬운 길’만 고집하고 있다. 기둥을 쳐서 서까래를 울리기보다 서까래에만 깐족되는 양상이다.

 

세금 뿌리기 정책은 본래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 지금이야 세수가 어느 정도 뒷받침 되지만 경기에 민감한 세수는 워낙 가변적인데다 이렇게 중구난방 식으로 세금 퍼붓는 정책이 계속될 경우 재정바닥은 금방 드러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미 공무원 증원, 아동수당 도입,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등을 위한 적자(赤字) 재정 정책이 지속될 경우 2060년 국가 채무가 기존 예상보다 3400조원 더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국가 채무가 1경5499조원으로 불어나 GDP의 거의 2배가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 국가채무는 GDP의 3분의 1 정도로 OECD 평균(116%)보다 크게 낮은데 이것이 조기에 재정 불량국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당장 5년간은 큰 충격이 없겠지만 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 국가채무는 기존 예상보다 10% 남짓 많은 111조원 정도 늘어나고 그 후 빚더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 임기까지는 대충 꾸려갈 수 있겠지만 다음 정부는 감당이 어려운 고통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를 감안한 것인지 정부가 마련한 정책은 3~5년 짜리가 대부분이다.

퍼주기 예산의 핵심인 복지의 경우 늘린 복지를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여기에 세수의 핵심이 되는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경우 재정이 받는 충격은 엄청난 수준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무려 126조원의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 성과는 전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일부에서는 저출산 대책을 수립할 때 고령화 대책을 연계해 종합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안마다 ‘따로국밥’ 식으로 세금을 퍼붓는 정책을 시행한 것으로 결과는 엉망이었다.

아픈 사람에게는 비록 입에 쓰더라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처방해야지 설탕물만 계속 공급해서는 곤란함의 정도를 넘는다.

 

세정가에서는 세금 거두는 현장을 제대로 알면 세금 투입하는 정책에 대해 이렇게 막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징세현장은 말 그대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평범한 세금처럼 보이지만 국민이 납부한 세금에는 사연과 눈물이 함께하고 있다. 납세의식이 많이 올라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국민 입장에서 세금은 피하고 싶은 숙제다. 납세기업들도 탈세와 절세의 최접점에서 가용 가능한 최대한의 두뇌와 에너지를 투입하며 세금을 피하려 한다.

징세당국 입장에서는 당연히 법과 국고수입을 의식하며 치밀한 과세논리와 실행으로 대응하고 있다. 세무조사 수준의 사전신고 안내를 시행해 납세자의 ‘입’을 막으며 거두고 있는 세금이다. 불복과정은 총성 없는 전쟁을 실감케 한다. 과거 부릅뜬 눈으로 납세자를 억압하던 시대와는 천양지차인 것이 현실이다.

정말 힘들고 어렵게 거두는 것이 세금이다. 이런 세금이 정부의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퍼붓기’에 투입되는 현실은 허무함을 넘어 허망함을 느끼게 한다.

정부가 국민을 위해 쓰려고 거두는 것이 세금이다.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잘 쓰는 것이 더 소중하다. 정부가 세금을 잘 써야 국민들도 세금 납부에 대해 신뢰를 보낸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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